GRAPHIC WIZARD 2013. 5. 3. 00:17

- 괴물 -

 

 여기는 시골의 한가한 농가 이다. 우리들은 여기서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그러던 어느 따스한 아침이었을 것이다. 커다란 진동이 들렸다. ‘’ ‘’ ‘그런 큰 진동은 난생 처음 이었다. 진동은 우리들에게 점점 가까워 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진동의 근원이 괴물의 발자국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와 친구들은 너무 무서워서 꼼짝 달싹 할 수 없었다. 그 때 괴물이 우리를 노려봤다. 까만 눈동자의 땀을 흠뻑 내고 있는 괴물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침내 괴물은 우리를 인식한 듯 긴 손을 뻗어 바로 옆, 내 친구를 집어 들더니 입으로 가져갔다. 친구는 비명한번 못 지르고 괴물의 어금니에 으그적으깨어 졌다. 그 후로 괴물은 가끔씩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들은 괴물의 공포에 휩싸였다. 시골의 한가한 농가가 무시무시해 졌다. 한간에 어떤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괴물은 한두 마리가 아니라는 것과 그들은 우리를 갈아서 먹기도 한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이 사실일까? 그럴 리가 이런 한가한 시골 농가에서 게다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어느 가을날 이었다. 바람이 솔솔 불어와 나의 몸을 흔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나는 어느 때 처럼 친구와 함께였다. 전 날 괴물의 공포는 잊고 기분 좋은 계절을 즐기고 있었다. 친구는 나보다 좀 뚱뚱한 편이었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살이 계속 찌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사실 요새 나도 좀 쌀이 쪘다. 순간 우리는 지금 것 느낄 수 없었던 큰 진동을 느꼈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 난 듯 했다. 진동은 우리 쪽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친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땅의 진동에 의해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번 괴물의 얼굴을 인식 했다. 그 때 내 친구를 집어삼킨 그 놈이었다. 괴물은 우리를 단번에 집어 어디론가 끌고 갔다.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우리가 사는 곳에 이런 곳도 있었나 싶었다. 우리들은 그곳에 한 대 모여……. 아니 갇혀 있었다. 언제 괴물의 식사가 될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때의 괴 소문이 떠올랐다. 괴물은 한두 마리가 아니고 우리들을 갈아 먹기도 한다는 소문……. 그리고 친구의 죽음이 생각났다. ‘……. 여기서 탈출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들이 있는 곳이 들썩 들썩 움직여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들은 어떤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괴물이 만든 어떤 도구 안에 갇혀 있는 것이었다. 괴물은 무척 영리한 놈이었다. 아래쪽에서 빛이 보였다. 몇몇의 친구들이 그곳으로 탈출하는 것 같다. 순간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런 순간 우리는 어떤 큰 구멍 속으로 쏟아지게 되었다.

 

 큰 구멍 안에서 정신없이 굴러 됐다. 무언가 우리들의 몸을 할퀴었다. 옷이 전부 찢겨지고 피부가 많이 상했다. 아마도 괴물의 식사가 되기 위한 전초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또 괴물의 큰 도구에 한 대 갇히게 되었다. 괴물은 우리를 한 번에 먹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기야 이렇게 많으니 아마도 여러 번 나누어 먹는 듯하다. ‘그래 아직 탈출할 시간이 있어 여기에도 세어 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을 거야.’ 하지만 그 곳은 꾀 견고 했다.

 

 며칠이 지났다 결국 우린 아무도 탈출하지 못했다. 우리들은 또 들썩 움직여지는 것을 느꼈다. 괴물의 힘은 말 그대로 괴력이었다. 아마도 이제 먹히는가 싶다. 괴물은 어떤 곳에서 우리를 먹을까 아마도 이렇게 많으니 천천히 나긋하게 혼자만의 공간에서 먹을 것 같다. 아니 예전의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여러 마리의 괴물들이 함께 식사를 할지도 모른다. ‘……. 무서워.’ 그 때였다. 위쪽에 큰 구멍이 생기더니 나와 친구들을 한 움큼 퍼 올렸다. ‘젠장……. 밑에도 많은데 내가 첫 번째 라니…….’

 

 우리들은 물에 한번 씻겨 졌다. 한동안 먹은 게 없어서 배가 고팠다. 나와 친구들은 그 물을 마셨다. 그리고 우리들은 커다란 솥에 쏘아져 물과 함께 삶아 졌다. 나의 살이 점점 물렁해지고 따스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어쩔 수 없어 아직 열매도 맺지 못한 어린 나인데, 벌써 생을 마감하다니 친구들과 함께 했던 그리운 추억들이 떠올랐다. 한참동안 우리들은 삶아 졌다.

 

 그리고 뚜껑이 열리더니 우리는 주걱에 들려 밥그릇에 담기게 되었다. 식탁에는 여러 마리의 괴물이 있었다. 소문이 사실 이었다! 친구를 삼켰던 그 괴물이 보였고 그의 새끼로 보이는 어린 괴물 세 마리와 괴물과 비슷하지만 왠지 암컷으로 보이는 괴물이 보였다. 나는 내 친구를 삼켰던 괴물의 밥그릇에 담겨졌다. 괴물이 나와 친구들을 한 숟가락 퍼 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나는 죽는 순간 친구를 떠올리며 복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괴물의 입속에서 어금니를 요리조리 피해 괴물의 식도로 접근했다. 그 순간 한쪽에서 맑은 공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쪽으로 얼른 몸을 피했다. 그곳은 괴물의 기도인 듯하다. 순간 세찬 바람과 함께 나는 날려 졌고 괴물의 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곳은 괴물의 코였다. 어린 괴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코로 밥알 나왔어.” 괴물은 나를 다시 먹었다. 결국 나는 친구의 복수도 못하고 괴물의 밥이 되었다. 어린 괴물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빠, 디러워.”

 

작품해설 : 인간=쌀알, 괴물=인간. 음식을 의인화하여, 인간을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의 입장으로 표현했다. 나는 오늘도 통닭을 먹었다. 만약 닭의 입장이라면 매일 닭을 먹는 인간이 무서운 괴물 같은 존재로 느껴질 것이다.